분당이 집인 저에게 신촌은 가기 제일 복잡하고 먼 곳이지요.
그래서 전 일찍부터 집을 나섰어요. 버스를 타고 광화문 정도에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야겠단 결론을 내리고 버스에 몸을 실었죠.
여기까지 완벽한 저의 시나리오였어요.
경부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한남대교를 건너 남산터널로 들어가는 순간 차가 움질이질 않는 거예요.
원래 출퇴근 시간에 남산터널이 막힌다는 것은 알지만 제가 버스에 탄시간은 점심시간이 좀 지난 2시가 좀 지나고 있을때였거든요.
남산터널에서 약 20분을 지체하자 운전사 아저씨는 다른 기사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일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서울역에서 근로자들 데모가 있어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는 거예요.
결국 제가 탄 버스는 순천향병원에서 백병원까지 1정거장을 가는데 40분을 지체했답니다.
원래 광화문까지 가려했던 저도 계획을 수정해 백병원서 내려 명동을 가로질러 을지로 입구 역으로 향했지요.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동 거리를 9개월에 들어서는 임산부가 걸어다니는 건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마음은 너무 급한데 걸음은 따라주지 않고 그러다 보니 지하철로 간다는 걸 지하상가로 내려가 버리고 아까운 시간만 더 버리고 말았죠.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타고 신촌역 도착!!
근데 아무리 봐도 현대백화점으로 가는 출구번호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1번 출구쪽으로 갔지만 현대란 글짜가 보이지 않아 반대편 끝으로 갔지요. 그런데도 제 눈에는 전혀 ㅎ 자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개찰구쪽으로 와 지도를 보니 처음에 갔던 1번 출입구쪽이 현대백화점으로 통하는 출구였어요. 이런 허무할 때가......

이렇게 힘들게 찾아가니 이미 3시 30분이 훌쩍 넘었더라고요. 다행히 음악연주가 끝나고 사회자분이 무언가 진행을 하고 계셔 밖에서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은 할 수 있었는데 벌써 5번째 곡연주더라고요. 4곡이나 지나가버린거지요.
5월달부터 해피랜드 음악회에는 꼭 참여하고 싶다란 마음이었는데 말예요.
그래도 1~2부 노래들이 너무 잔잔하고 듣기 좋은 구성들이었던 거 같아요. 특히 알 수 있는 곡이라 더 좋았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 하윤이도 태동으로 반응을 보였죠.
전 원래 쇼스타코비치를 좋아하는데 다행히 마지막에 하울의 주제가가 있더군요.
너무 즐기면서 음악을 경청했던것 같아요.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더군요. 음향이 조금 더 빵빵(?)했더라면하는..
너무 사운드가 작다고 해야할까 감동이 덜 했던것 같아요, 특히 오보에였지요?아마도...
오보에 독주때는 소리가 너무 작아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5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였는데 냉방 시스템이 너무 약했던 거 같더라고요. 저도 음악 듣는 내내부채질을 하면서 들었거든요. 물론 음악의 집중도도 떨어졌고요.
양쪽에 앉아있는 산모들도 서로 부채질을 하다 보니 끈적끈적 땀난 살이 계속 부딪히고 이런 점은 참 안타깝다란 생각이 들게 한 부분이더라고요.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맛있는 떡을 주셨는데 인원보다 많이 준비하셨던 거 같더라고요.
남아서 더 나눠주시더라고요. 저도 한 개 맛있게 먹고 화장실 가다 운 좋게 한개를 더 받아서 우리 신랑 가져다 줬어요. 떡이 어찌나 쫄깃하고 맛있던지요. 정말 꿀맛같았답니다.
그리고 블로그 등에서 본 엄마에게 쓰는 편지 시간은 역시 감동이더군요.
전 안 울려고 사실 무진장 애를 썼어요. 결혼하고 나니 남의 결혼식에 가서 친정부모님께 인사하는 순서에 제가 어찌나 울고 있는지 오늘은 울지 않아야지 했는데 어쩔수 없더군요.^^
너무 감동적인 시간인데다 진행자분이 중간중간 재치있게 말씀하셔서 울다웃다 했지요.

그리고 2부가 시작되어 6곡을 즐겁게 듣고 앵콜곡까지...
왜 해피랜드 음악회가 유명한지 알겠더라고요.
(냉방에 조금 더 신경 써 주셨음 완벽했을 것 같아요.-_-)
그리고 나서 경품의 시간. 한 마디로 비움의 시간이죠. 역시 저에게는 경품의 행운은 없었지만 속싸개와 배내저고리를 기본 선물로 주셔서 너무 기뻤지요.

집에 와서 신랑에게 자랑을 하는 데 이게 왠일입니까.
오늘 나갈 때부터 일이 꼬인다 했더니 제가 받은 속싸개를 펼쳐보니 누가 밟은 듯 회색 자국들과 볼펜자국 같은 검은 자국이 묻어 있더라고요.
울 아가에게 싸 줄 첫 속싸개인데 아무리 공짜로 받은 사은품이라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어요.
오늘 나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 되는 구나싶더라고요. 기본 선물 조금만 더 신경써 주심 좋을 것 같네요. 너무 기분좋게 받아 간 선물이었는데 펼쳤더니 먼지와 자국 등이 있음 봄 기분이 불쾌해지더라고요. 속상하기도 하고요. 제가 운이 없어서 그런 걸 받은 거지만 제가 안 받았어도 다른 산모님께서 받으셨을 테니 누군가 한명은 언짢은 기분이 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음악회의 음악 구성이 너무 좋았다는 점, 그리고 사회자 분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을 잘 하신 점, 그리고 맛있는 떡은 꼭 꼭 칭찬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또 갈 수 있으면 꼭 다시 참여하여 우리 아가와 좋은 음악 들으며 폭풍태동 느끼고 싶네요.
더 좋은 음악회 기다릴께요.